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이 아닙니다. 편두통을 가진 환자는 뇌가 다른 사람보다 예민해져 있는 유전적 특성을 갖습니다. 마치 달구어진 냄비처럼 항상 예민해져 있어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자극에도 두통이 쉽게 유발되는 것이죠. 이 고통스러운 편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저의 경험을 담아 말씀드리겠습니다.
편두통의 증상
편두통의 증상은 전형적으로 전구 증상, 전조, 두통, 후구 증상의 4단계로 구분됩니다. 모든 환자가 네 단계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한 환자라도 발작에 따라 구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편두통은 보통 전구증상-전조-두통 및 동반증상-해소기-후유증상의 5단계로 진행되는데, 조짐이 동반되지 않는 무전조 편두통은 편두통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전조가 동반되는 전조 편두통은 전체 편두통 환자의 1/3 정도 입니다.
① 전구 증상(prodrome)
전구 증상은 편두통 발작이 있기 몇 시간 전부터 수일 전에 환자의 30~40％ 정도의 환자가 경험합니다. 전형적인 전구 증상으로는 우울감이나 분노등 정신 및 기분 변화, 목의 뻣뻣해짐, 말초혈관 수축으로 인한 오한, 나른함, 피곤함, 심한 피로, 하품, 배뇨 빈도 증가, 식욕 부진, 변비 혹은 설사, 체액 저류, 음식에 대한 갈망 등이 있습니다. 비교적 비특이적인 증상들이고 일상 생활에서 피로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반응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이 증상만으로는 진단하지 않습니다.
편두통 환자의 2/3 이상이 하나 이상의 유발요인을 가집니다. 아래 자세히 기술 하였지만 전조(aura)를 가진 전조편두통보다는 무전조 편두통 환자에게 더 흔합니다. 모든 편두통 환자가 공통된 유발 요인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요인을 가지고 이쓴 환자에게 그 요인이 항상 편두통을 유발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가장 흔한 유바 요인이며 편두통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서 나타납니다.
음식물 중에서는 술이 대표적입니다. 모든 종류의 술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적포도주가 편두통 유발 요인으로 유명합니다. 필자 또한 편두통 환자로 적포도주를 평소량 보다 많이 마신 날 죽을 것 같이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밖으로는 초콜릿, 치즈, 감귤류, 튀긴 음식 등입니다.
월경은 여성에 흔한 유발 요인이자 악화 요인으로 무전조 편두통 환자에게서 흔하게 나타납니다. 결식, 수면부족, 수면과다, 격렬한 운동, 과로 등 불규칙한 생활습관도 두통의 흔한 유발 요인이며, 밝은 빛, 깜빡이는 빛, 날씨 변화, 높은 고도 등의 환경적인 요인도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② 전조(aura)
전조는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입니다. 전형적으로 한 시간 미만으로지속되며, 그 이후에 두통이 이어집니다. 전조증상의 유무는 편두통과 다른 두통을 구별시켜 주는 특이적 증상입니다.
전형적인 전조증상은 시각, 감각, 또는 언어 증상이 두통 시작 전이나 두통 중에 나타나며 회복 가능합니다. 시각 증상과 감각 증상은 확산되는 특징을 가지고, 양성증상(번쩍이는 빛, 지그재그 선, 또는 저린 증상) 후에 음성증상(암점 또는 감각소실)이 이어지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시각전조가 압도적으로 흔하고 그 다음이 감각전조, 언어장애전조, 운동전조의 순서입니다.
필자 또한 시각 왜곡 증상을 경험하였는데 TV에서 뉴스를 보던 중 지그재그형 섬광성 빛이 보인 후 암점이 보이더니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전조 증상으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정말 사진처럼 나타납니다.
감각 증상으로는 감각 이상(paresthesia)이 종종 손에서 시작되어 가까운 부위로 퍼져 나가며, 간혹 혀나 입술에 오기도 합니다. 감각전조는 시각전조 다음으로 흔하게 나타나며 조짐편두통 환자의 30~40% 정도가 감각전조를 경험합니다. 팔과 얼굴에 가장 흔히 나타나지만 다리와 몸통에 나타날 수도 있다. 한쪽 팔과 입 주변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약 50%이고 엄지손가락에서 시작하여 팔을 거쳐 입 주변으로 전파되는 양상이 전형적입니다.
언어장애전조는 약 10~20%의 전조편두통 환자에서 나타나고, 반신마비편두통 환자의 경우 약 50%에서 나타납니다. 대부분은 착어증 오류(paraphasic error)나 이해장애 등의 실어증을 보이지만, 일부 환자는 혀나 입 주변에 감각 이상이 확산되는 등의 원인에 의한 발음곤란(dysarthria)을 보이지고 합니다.
전조가 편두통의 특징적인 증상이기는 하지만 약 20％만이 전조를 경험합니다. 한 환자에게서 두 가지 이상의 조짐이 있는 경우에는 동시에 나타나지 않고 연속해서 나타나며, 전체 지속 시간도 한 시간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약 10%의 환자는 두통이 없이 조짐만 경험합니다.
약 10% 의 환자의 경우 전조가 두통을 수반하지 않고 나타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것을 두통 없는 편두통(sans- migrane)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과성 허혈성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을 감별 진단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③ 두통(headache)
두통 자체는 대부분 편측성이며 욱신욱신 쑤시는 박동성의 특징을 가집니다. 하지만 두통은 양측성 혹은 전체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통증은 아침에 일어날 때 두통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나 하루 중 어느 때라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후 두통이 점차적으로 진행되다가 안정기에 도달한 다음 4~72시간 후에 진정됩니다.
통증은 일반적으로 몸을 움직이면 악화되게 때문에 어둡고 조용한 방으로 가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울렁거림과 구토가 동반되어 편두통약을 먹는 일 자체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빛(광선공포증), 소리(음성 공포증) 및 냄새(냄새 공포증)에 대한 민감성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④ 후구 증상(postdrome)
두통이 해소된 후 환자는 대부분 수 시간 동안 각기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절반 이상의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에는 기분 및 지적 수준의 저하, 불안정감, 무기력함, 혼란스러움 및 무뚝뚝함 등이 있습니다. 신체적 피로감 및 근육 쇠약도 일반적으로 나타납니다.
진단
편두통은 병력과 증상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편두통을 진단하는 특별한 검사는 따로 없습니다.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자기 공명 영상(MRI)에서는 뇌 촬영을 하더라도 정상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두통이 편두통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이지 않을 경우 두통을 유발하는 다른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 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숙련된 의사의 경우 증상만으로 편두통을 바로 진단합니다.
치료
편두통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급성기 약물 요법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을 줄이기 위한 예방 요법을 병행해야 합니다. 편두통이 발생하면 약물 복용을 통하여 최대한 빨리 두통과 동반 증상을 멈추거나 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편두통 발작이 시작되면 즉시 급성기 약물을 투여해야 합니다. 약물을 빨리 투여할수록 더 효과적입니다.
일반적인 진통제, 카펠고트 등이 포함된 복합 진통제는 과거에 이러한 진통제를 통해 효과를 보았던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약물을 남용하면 약물 과용 두통으로 증상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편두통에 특이적으로 사용하는 급성기 약물로는 수마트립탄(sumatriptan), 졸미트립탄(zolmitriptan), 나라트립탄(naratriptan) 등이 있습니다. 이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지만 일부 가슴 또는 흉부의 압박감, 저림, 이상한 느낌 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관상 동맥을 수축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허혈성 심장 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약물의 사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필자의 경우 처음에 알모그란을 복용하였으며 부작용으로는 머리가 팽창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후 나라믹정으로 교체하였습니다.
저는 현재는 편두통약을 복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임상에서 환자들을 보면 크래밍정을 많이 복용합니다.
편두통의 단기 요법
단기요법은 월경편두통, 전조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편두통, 또는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와 같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생기는 편두통 발작 등을 예방하는데 유용합니다.
편두통의 장기 요법
- 잦은 편두통 발작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의 장애가 현저한 경우 (한 달에 2회 이상)
- 급성기 편두통 약물에 효과가 없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경우
- 약물 과용인 경우
- 1주일에 2회 이상으로 편두통 횟수가 잦은 경우
등에 시행합니다.
예방 약물로는 항경련제인 발프로에이트(valproate)나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베타 차단제(프로프라놀롤 propranolol, 아테놀롤 atenolol), 칼슘통로 차단제(플루나리진 flunarizine, 베라파밀 verapamil)나 항우울제(아미트리프틸린 amitriptyline, 노르트리프틸린 nortriptyline) 등이 있습니다.
필자 또한 예방적으로 베타차단제(프로프라놀롤)과 항우울제를 같이 복용 하였습니다.
비약물적 치료법으로는 편두통을 일으키는 유발요인을 피함으로써 편두통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흔한 유발요인으로는 정서적 스트레스, 수면 부족, 피로, 소음, 생리가 있습니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약물로는 항고혈압제, 제산제, 진통 소염제 등이 있습니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타이라민이 포함된 치즈, 초콜릿, 감귤류, 커피, 적포도주는 주의해서 드셔야 합니다. 우유 제품, 견과류, 소금, 토마토, 코코넛 등도 조심해야 합니다.
편두통은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안정을 취하고 대인 관계를 개선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일단 편두통 증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수면을 취하도록 합니다. 또한 통증 부위에 냉찜질을 함으로써 통증을 저하시킬 수도 있습니다.
경과
편두통은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이 되거나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 아닙니다. 그러나 두통으로 일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는 등의 상당한 불편을 초래합니다. 경험적으로 편두통 자체는 나이가 들면서 강도가 약해지거나 빈도가 줄어드는 경과를 보입니다. 필자 또한 발병 초기에 편두통의 증상과 빈도가 심했으나 점차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환자의 경우 폐경 이후에 새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활가이드/의사를 만나기 전
편두통은 여러 가지 비약물적인 방법으로도 어느 정도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게 때문에 스트레스 완화, 수면 조절, 운동요법 등을 통해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환자가 자신의 편두통을 유발하는 원인 인자를 잘 파악하고 이를 피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증상을 잘 파악하는 것이 치료약 등의 선정에 있어 중요한 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를 만나러 가기 전 두통일기를 써서 어느 시간에 어느 정도의 강도로 두통이 왔는지, 당시 유발 요인은 어떤 것이었는지 당시 진통제를 복용했는지,동반되는 증상을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등등 두통 일기를 작성하여 의사를 만나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필자 또한 두통일기를 써서 치료약을 선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필자 또한 편두통 환자로서 근무 중 편두통 발작이 와 일을 할 수 없어 보건실 같은 곳에 1-2시간 누워있어야 하거나 또는 중요한 약속이 있어 나갔는데 발작이 와서 급하게 집에 돌아와야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제 경험 상 중요한 것은 편두통 발작이 올 때 즉시 편두통 약을 먹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히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두통 발작을 겪고 나면 다시 발작이 올 까봐 너무 두려운데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경과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좋아진 다는 것입니다. 두통약을 끼고 살던 필자 또한 거의 1년 넘게 편두통약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진료과: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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